코사무이 홀로 배낭 여행 후기

2019. 10. 12. 13:23배낭 여행

3박 4일간 혼자서 코사무이를 다녀왔다. 

 

급 삘 받아서 다녀온 여행이라, 사전 조사를 많이 하진 못하고, 호스텔 정도만 예약하고 갔다.

 

Lub D라는 호텔에 8인 도미토리로 예약했는데, 내가 가 본 호스텔 중에 최고 좋았다. 

기본적으로 깨끗했고, 그냥 필요한 것들은 다 있었다. 락커, 침대 개인 조명, 샤워실 온수,수압 빵빵+샴푸,바디샤워 비치 (이거 없는 호스텔이 대부분이다) 등. 호텔은 해변가에 위치해 있고, 바로 시내 한 복판에 있어 위치도 굉장히 좋다. 

호텔 수영장도 있으며, 호텔에서 해변을 바라볼 수 있게 되어있어 예술이다. 한 가지 아쉬운 것은, 내가 밤 수영을 좋아하는데 밤 9시 까지만 운영한다. 하지만, 호텔에서 해변이 바로 붙어있기 때문에 밤수영이 아쉽다면 바로 바다에서 해도 된다. 

해변이 보이는 Lub D 호텔 수영장

그리고 호텔앞 해변 물이 굉장히 깨끗하다. 지금껏 본 깨끗한 해변 중 T10안에 들 것 같다.

저녁에 도착했기에, 시내 거리만 둘러보기로 했다. 시내 거리를 둘러보며 느낀 것 몇가지. 

첫째, 10월은 비수기다

둘째, 중국 식당이 굉장히 많다. 중국인 관광객이 굉장히 많은 것 같은데, 이유는 잘 모르겠다. 아시는 분 댓글 좀.

셋째, 방콕과 다르게 길거리 음식을 찾기 쉽지 않고, 식당에서 먹어야 하기 때문에 물가가 방콕보다 비싸다. 보통 식당에서 음식 2개와 음료 1개 정도를 시키면 500바트 정도 나온다. (한화 19,000원 수준)

 

나는 방콕 여행을 할 때, 보통 식당에서 밥을 먹지 않고, 길거리에서 맛있어 보이는 것을 골라먹고 다닌다. 보통 그 편이 더 맛있기도 하고, 가격도 훨씬 저렴하기 때문인데, 여기는 차나 오토바이로 갈 만한 거리로 꽤 가야 길거리 음식점들이 간혹 보이고, 가장 시내라고 할 수 있는 Chaweng 길, Bo phuc 지역에는 길거리 음식이 꼬치나 펜케익 정도만 보이고 거의 없었다. 

 

코사무이의 밤거리는 다채롭다. 태국답게 트렌스젠더 바도 2~3곳 있고, 길거리에서 트렌스젠더들이 호객행위를 하며, 춤, 노래 등의 공연을 한다. 대부분 티가 나긴 하는데, 일부는 정말 예뻐서 키가 큰 것 빼고는 구분도 안가더라. 태국은 왜 이리 트렌스젠더가 많은걸까? 음기가 많아서라는 낭설이 있던데, 뭐 이런 썰들은 믿거나 말거나 이지만, 뭔가 있긴 있는 듯.

 

한 시끌벅적한 바에 들어가니, 카우보이 복장을 한 아가씨가 맞아주고, 1분도 안 되어 또 다른 워킹걸이 다가와서 앉아도 되냐고 묻는다. 앉으라고 하니, 프로모션하는 샷을 권하고, 게임을 해서 본인이 이기면 술을 사달라고 한다. 오목 같은 퍼즐 게임이었는데, 그럼 내가 이기면 뭐 해주냐라고  하니 뽀뽀를 해준단다. 뭐 딱히 뽀뽀를 받고 싶지도 않고, 이 친구에게 뽀뽀란 전혀 타격일 것 같지도 않아서, 내가 이기면 랩댄스를 10초간 춰 달라고 했다. 경기에 들어가니 매니저 같은 아줌마도 붙어서 훈수도 둬주면서 2:1로 게임을 했다. 

 

근데 내가 이겼다. 랩댄스,, 잘 즐겼다. 

 

한 판 더 하자고 하길래, 뭐 별로 시킬 것도 없어서 시간을 끄니 맘대로 안되서 화가 났는지 그냥 간다. 미안하다. 어렸을 때 부터 오목이 취미여서 내가 좀 잘한다. 허구한 날 하는 게임이니 본인이 당연히 이길 거라고 생각했을텐데 술 한잔도 안사주고 공짜 랩댄스 잘 즐겼다. 

 

둘째 날, 오토바이를 렌트해서 해안을 섬을 한 바퀴 둘러보기로 했다. 

1시간 째 해변을 드라이브 하다가 뷰 포인트에서 풍경을 감상하다 다시 출발하려는데 시동이 안걸린다. 키가 제대로 안 꽃혔나 싶어서 이리 돌리고 저리돌리고 해 봐도 안 된다. 시내와는 1시간이나 떨어진 곳이라, 주위에 아무것도 없다. 그냥 나밖에 없는 상황. 이렇게 난감할 수가. 

고립되었던 뷰포인트

 

20분 동안 끙끙거리다가, 에라 모르겠다 싶어서, 바위를 타고 바다로 내려가 일단 수영을 좀 했다. 바닥이 산호바닥이라 맨발로 즐길 수는 없고, 신발을 신고 들어가야 한다. 아무도 없는 바다에서 한 동안 수영을 하다가 올라와서 혹시나 싶어서 시동을 다시 켜 보니 역시나 안 된다. 지나가는 트럭 택시를 잡아서 도움을 요청했는데, 수동으로 시동을 걸어봐도 안 된다.  내가 뒷칸에 오토바이를 실어서 시내에 좀 데려달라고 하니, 500바트를 달란다. 내 상황이 긴박하긴 한데, 그래도 500바트는 너무 비싼 것 같아 150바트 정도에 해달라고 하니, 안된단다. 오토바이에 붙어있는 스티커에 전화하면 구하러 와 줄 거라고 한다. 

 

그렇다. 오토바이에 다행히 나같은 사람들을 위해 전화번호가 붙어있었다. 택시기사 아저씨의 도움을 받아 전화를 해 위치를 어찌어찌 설명하고, (주위에 아무것도 없는 터라 위치설명하기도 힘들었다), 오토바이 렌트 회사 주인이 올 때 까지 기다렸다. 전화비도 다 떨어져 전화도 안되고, 인터넷만 되는 상황에 라인을 깔아서 라인으로 위치 보내주고 뭐 여차저차 주인이 와서 다행히 구조가 되었다. 알고보니, 오토바이 왼쪽에 달려있는 다리를 제껴야 시동이 걸리는데, 그걸 몰랐던 것이다. 다리만 제끼니 시동 잘만 걸린다. 두 명이나 나를 구하러 왔는데, 미안해서 연신 미안하다, 고맙다를 반복했다. 근데 나중에 200바트 청구하더라. 뭐..나 때문에 영업 못하고, 기름값 쓴 거 생각하면 어쩔 수 없지뭐. 

 

다시 해변을 한참 달리다 다른 Lamai 라는 해변이 있길래 가려고 했는데, 비가 쏟아진다. 급하게 근처 카페에 들어가서 커피를 한잔 시키고, 핸드폰 충전도 하다가 주인 여인과 말동무가 되어 2시간 동안 노가리를 깠다. 올해 36살의 여인인데, 방콕에서 회사를 다니다가, 아버지가 코사무이에 카페를 차려줘서 여기서 장사하면서, 가끔 빵도 만들어서 시내에 나가서 팔고 한단다. 시간이 맞았으면 가이드를 해준다고 했는데, 아쉽게 서로의 일정이 맞지 않아 길위에서 인연으로 끝이 났다. 

 

비가 그치고 나서, 다시 Lamai 해변으로 가서 수영을 하는데, 3명의 남자 아시안 아이들을 만났다. 본인들의 나라를 맞춰보라고 하는데, 외모로 보아 네팔, 티벳, 파키스탄 등등을 찍어보았는데 다 아니란다. 마지막 힌트를 준 것이 심각한 종교 분쟁 중이라고 하는데 도저히 모르겠다. 뉴스 좀 볼걸. 알고보니 미얀마 친구들이다. 불교와 이슬람교의 오래된 분쟁인데, 미얀마 하면 고요한 불교 국가의 이미지 인데, 오래된 종교분쟁이 심각하다니, 여행 덕에 또 하나 배우고 간다. 

 

글이 길어지니 다음 포스트에 꼬따오 투어 후기 및 이번 여행에서 느낀 점들을 정리하겠다. 안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