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11. 18. 20:30ㆍ배낭 여행
첫 날을 날려먹었기에, 우리는 이틀만에 하장에서 동반,마피랭 까지 한번에 돌파를 해야했다. 약 140km이고 구글에 찍어보니 4시간 반 정도가 걸린단다. 출발 전까지도 계속 걱정이 된다. 흑발이가 혼자 운전을 잘 할 수 있을까? 흑발이는 우리 중 막내로 23살인데, 해피 비타민이 충만한 친구다. 괜찮겠어?라는 물음에 "easy peasy lemon squeezy! everthing is gonna be fine!" (대충 식은 죽 먹기라는 뜻) 이라고 하는데, 마치 미국 공포 영화에 클리셰처럼 나오는 빨리 죽는 캐릭터의 철 없는 대사처럼 들리는 건 왜일까.
새벽 6시 반에 출발을 해, 첫 번째 커피 휴식지로 Quan ba heaven gate로 찍고 출발. 흑발이가 아직 운전에 적응을 못해 속도도 느리고 안전도 걱정되어 10초에 한번씩 백미러로 확인을 하다보니, 어깨가 아파 죽겠다. 그래도 어쩌랴. 안전이 우선이니 가다 멈춰 흑발이 기다렸다 다시 가고를 반복한다.
Quan ba heaven gate는 Quan ba 군으로 가기 전 중간에 있는 뷰 포인트인데, 여기서 커피나 간단한 아침 식사를 해결할 수도 있다. 우리는 My xao (볶음 국수)랑, 커피, 그리고 군고구마를 사먹었는데, 여기서 먹었던 My xao가 하장 여행에서 먹었던 모든 음식 중에 제일 맛있었다. 군고구마도 완전 꿀맛이다. 전날 마트에서 우유를 몇 개 사갔는데, 우유랑 같이 먹으니 고구마가 입에서 살살 녹는다. 아침을 안 먹고 출발했으면 꼭 드셔보셔라. 참고로, 두 집이 거의 마주보며 있는데 우리가 간 집은 하장에서 출발해 왼쪽에 있는 집이고, 주인 아저씨에게 물어보니, 5년 전부터 정부로부터 땅을 임대해 휴게소를 운영해 오고 있으시단다. 렌탈비는 일년에 천만동(한화 약 50만원) 이라고 하신다.
Quan ba heaven gate에서 쉬고 나서, Quan ba군에 굳이 들릴 필요가 없을 것 같아 바로 Yen Minh까지 달리기로 하였다. 본격 적으로 구간 구간 마다 멋진 풍경들이 펼쳐진다. 흑발이도 조금씩 운전을 적응해 간다.
한참을 달리는데, 고도가 높아지더니 어느 순간 안개가 끼기 시작해서 가시거리가 짧아지기 시작했다. 최대한 조심해서 달리고 있는데, 사고가 벌어지고 말았다. 앞에 달려오는 트럭을 피하려고 오른쪽으로 틀었는데, 하필 오른 쪽의 바닥에 진흙 위에서 균형을 잃고 옆으로 쓰려진 것이다. 다행히도 충돌 사고는 아니고, 가볍게 제자리에서 쓰러진 것이지만, 나중에 확인을 해보니, 금발이와 나는 다리에 멍이 두 세군데 씩 들었다. 살짝 욱신거리긴 했으나, 크게 다친 건 아니어서 바로 운전을 할 수는 있었다.
다시 한참을 달리니 점심 식사를 하기로 한 Yen Minh에 도착했다.
이번엔 실패를 안하려고 트립 어드바이저에서 검색을 해서 간 August라는 식당 겸 카페에서 점심을 먹었다. 햄버거와 샐러드를 시켰는데, 별 기대 안한 햄버거가 생각보다 괜찮다. 이 정도면 하장에서 실패는 아니지.
새삼 패션을 점검해 보니 가관이다. 아끼는 옷 따위는 없기에 연연하지 않고, 쿨하게 점심먹고 떠난다. 한 곳에 첫 날에 시간 지체하다가 하루를 날려먹었었기에, 점심만 먹고 약간의 휴식만 취하고 바로 동반으로 출발하였다.
길은 90%이상이 아스팔트 포장도로이다. 옌민 가는 길에 넘어졌던 구간과 같이 군데군데 진흙이 있거나, 비포장 길이 조금 있긴 한데, 날씨가 좋다면 운전에 크게 무리는 없다. 단, 비가 온다면 완전히 다른 얘기다. 비가 온다면 나는 절대 하장 루프 드라이빙을 하지 않을 듯하다. 하노이 시내에서도 비가 오면 가시거리가 굉장히 짧기에 위험한데, 이런 산길에서 비가 온다면 굉장히 위험할 것은 자명하다. 목숨은 한개라는 것을 기억하자. (운전 경험도 없는 친구들과 하장을 드라이브하는 내가 할 말은 아니지만 그만큼 빗길 운전은 정말 위험하다)
우리의 최종 목적지 마피랭은 동반을 지나 20분 쯤을 더 가면 나온다. 해가 지기 전에 가야했기에, 동반에서 쉬지 않고, 바로 마피랭까지 바로 달렸다. 마피랭 뷰 포인트의 전망도 정말 좋지만, 동반에서 마피랭으로 가는 길도 숨이 막힐 정도로 멋있다. 나는 이 구간이 가장 좋았는데, 정작 이 구간의 사진은 찍지 못했다. 일정이 좀 더 길었더라면, 잠시 멈춰서 감상했을 텐데 시간이 아쉬울 따름이다.
드디어 마피랭.
여행 다큐멘터리를 보면, "저 곳 참 멋있다" 라고 생각하면서도 보통 그런 곳들은 여정이 비행기를 타고 기차로 또 몇시간 버스로 몇시간 이런 식이다. 그래서 볼 때마다 언제나 저런 곳들 가보나 라고 생각했었는데, 마피랭은 내가 다큐멘터리에서 보고 직접 가본 첫 여행지이다.
이 곳 마피랭에 오기 위해서는 하노이에서 버스로 6시간 또 다시 오토바이로 한참을 달려야 겨우 올 수 있는 곳이다. 지난 코사무이 여행에서 느꼈듯이, 여행의 참 맛은 목적지가 아니라 여정 그 자체인 것 같다.
여행 중 우연히 들어간 식당의 음식이 맛있을 때, 무언가가 뜻대로 풀리지 않을 때, 그 풀리지 않던 것들이 어찌어찌 풀리게 되는 과정들, 이러한 여정 끝에 목적지가 아름다울 때의 카타르시스. 그 에너지가 다시 일상에서 에너지로 충전이 되고, 일상이 지루해 질 때 즈음 다시 새 여행지를 찾게 되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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