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10. 15. 21:51ㆍ배낭 여행
갑자기 떠난 여행이었고, 코사무이라는 목적지도 항로가 있길래 대충 골랐던 목적지였다. 가끔은 이렇게 별 기대도 없이 떠나는 여행에서 뜻 밖의 수확을 얻기도 한다.
이번 여행이 그러했다.
이번 여행을 돌아보니, 크게 둘째날에 오토바이를 빌려 섬을 돌아본 자유여행과 셋째날에 꼬따오 투어 두 종류를 체험했는데, 역시나 자유여행이 훨씬 좋았다.
꼬따오 섬으로의 투어는 정말 멋진 풍경을 보았고, 안전함과 편안함을 느낄 수 있었지만 자유는 없다. 일정대로 따라가니, 사고가 발생할 일도 거의 없고 긴장감도 없다. 새장에 갇혀서 좋은 풍경 감상하다 온 느낌이다.
반면, 오토바이를 빌려 다녀온 섬 투어에서는 산 한 복판에서 시동이 걸리지 않아, 2시간 동안 고생을 하며, 전화비가 떨어지면 어쩌나 조마조마해 하고, 히치하이킹이 잡히지 않아 안절부절했다. 하지만, 그 덕분에 사람하나 없는 바닷가에서 수영도 할 수 있었고, 비 맞으며 고성 고래고래 지르며 드라이브도 했다. 비를 피하려고 들어간 카페에서 카페 여주인과 인생 얘기도 나눌 수 있었고, 해변에서 미얀마 친구들을 만나, 미얀마에서 종교 분쟁이 일어나고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뭐 사실 대단한 이벤트들은 아니다. 하지만, 이번 여행을 하고 나니, 내 자신에 대해 조금 더 분명히 알게 되었다.
나는 여행을 할 때 목적지 보다는 그 목적지까지 가는 '여정'을 즐긴다는 것이다. 예상치 못한 타이밍에 예상치 못한 사고들이 당시에는 당황스럽기도 하지만 지나보면 그 사건들이 기억에 남는다. 그 여정에서 만난 사람들과 인연을 이어가는 경우도 간혹 있고, 의외로 길게 이어지는 경우도 있었다.
돌아보면 내 20대의 삶은 배낭여행 같았었다. 한 곳에서 정착하지 않고, 여러 곳에서 공부도 하고 여행도 했다. 자의반 타의반 돌아다니며 떠돌이 같이 사는 삶이 불안정했지만, 덕분에 생존 스킬은 많이 생겼던 것 같다. 그러다 서른 즈음에 하노이에 정착하게 되었는데, 떠돌이 삶을 살다보니 비즈니스를 위한 네트워크도 싸이지 않고, 친구들도 어릴 때야 여러 새로운 친구들 만나는 것이 좋았는데, 점점 오래두고 사귀는 친구들이 좋아지고 해서 정착했었다.
30대가 되어 안정적인 직장에서 직장생활을 하다보니, 슬며시 권태감이 들었나 보다. 취미생활도 여러가지를 시도해보고, 가끔 여행도 갔지만 그 여행들도 편안한 여행들이었다 보니, 생존을 위한 이 생생한 두뇌회전, 육감 같은 것들이 그리웠던 것 같다.
배낭여행, 시간 날 때마다 자주 가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유튜브로 여러 여행 채널을 보다보니, 캠핑을 하면서 돌아다니는 사람들도 있던데, 이번 기회에 캠프를 하나 마련해서 베트남의 여행지도 돌아다녀볼까 생각 중이다. 산 속에서 라면 끓여먹고 할 생각하니 벌써부터 설렌다.
이번 여행, 참 잘 다녀온 것 같다. 다음에 또 다른 여행으로 배낭여행 카테고리에 글을 좀 더 채울 수 있기를 기원하며 글을 마무리한다.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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