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5. 6. 17:30ㆍ배낭 여행
여행을 하는/즐기는 방법을 고민한 적이 있다.
나를 아는 사람이 전혀 없는 타지로 떠나는 것이 여행인, 내 신분을 위장하여 여행하는 것이다.
영화배우인 척 거짓말을 하거나, 성공한 사업가, 작가 등 생각을 해보았지만, 막상 떠나보면, 거짓말을 하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어서, 실행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자주 여행을 하는 나로서는 여행을 조금 더 재밌게 즐길 방법이 없을까 라는 고민이 버리지 못한 화두였는데, 최근 좋아하게 된 김영하 작가의 여행법이 너무 좋아 글로서 남겨 본다.
첫째는 여행 노트를 만드는 것이다.
이 여행 노트에는 여행을 준비하면서 여행에 필요한 정보, 예컨데 항공기의 번호, 여권번호, 비자 번호 등 핸드폰이 없을 때에도 비상시에 대처할 수 있게 필요한 정보를 적어놓는 것이다. 현지에서 산 물건의 영수증도 붙여 놓는다. 여행을 하면서, 그때 그때 드는 생각들을 글로 남겨놓는 것도 재미있을 듯하다. 이렇게 여행 노트를 만들면, 여행 한 번당 한 권의 여행 노트가 생겨 나이가 들어 추억을 되새김질할 때 가뜩이나 좋지 못한 내 기억력을 보조해 줄 수도 있고, 다른 사람과 공유를 하기에도 좋은 매개체가 될 수 있다.
두 번째는 소리 녹음이다.
지금은 휴대폰에 녹음 기능이 있어 녹음기를 가지고 다니지 않아도 되어 매우 편리해졌다. 철도 길의 기차소리 나 지하철 소리, 같은 듯 다른 소리들을 영상 없이 소리로만 녹음한다는 것은 신선한 발상이었다. 티브이가 나오고 라디오가 망할 줄 알았고, 영화가 나오고 소설이 망할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 그것이 우리의 상상력을 계발시키고 또 그것이 즐겁기 때문이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그리고, 무엇보다 멋있고 예술적으로 보인다. 개성 있고 힙하지 아니한가? 모든 사람이 평생 다시 한번 볼 지 안 볼지 모르는 비디오를 찍을 때, 남들과 다른 소리 녹음은 자랑하고 싶어설라도 가끔 들을 일이 있지 않을까 싶다.
세번째는 그림이다. 김영하 작가는 여행지에서 찍은 사진을 태블릿을 이용하기도 하고, 직접 그리기도 한다. 역시 힙하다. 여행지에서 그림을 그려볼 생각은 한 적은 있지만, 그림 재주가 좋지 않았던 나는 지레 용기가 없어 막상 그린 적은 없었다. 그런데 찍은 사진과 똑같이 따라 그리는 것은, 무에서 기억에 의존해 그리는 것보다 더 쉬울 것 같고, 조금의 창의성을 동원하면 사진을 인쇄해서 그 위에 종이를 두고 따라 그리는 등의 방법들을 동원하면, 못난 재주를 조금은 보완할 수도 있지 않을까 한다.
전염병 때문에 베트남을 벗어난 지가 언제인지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떠나고 싶은 때가 이미 지났는데, 다음 여행은 조금 더 풍성해지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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