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11. 10. 18:50ㆍ배낭 여행
어.쩌.다.보.니 폴란드녀 2명과 함께 하장으로 여행을 가게 되었다.
한 명은 원래 친구였고, 나머지 한 명은 그 친구의 친구. 편의상 친구를 금발이, 친구의 친구를 흑발이라고 칭하겠다. 금발이는 라틴댄서 프로 댄서고, 흑발이는 전직 댄서인데, 지금은 관두고 회사 다니다가 처음으로 아시아에 놀러왔단다.
하장이라는 곳은 베트남 최고 북부 지역으로, 산간 지역이다. 하장 여행의 절정은 "마피랭" 이라는 고개인데, 한 다큐멘터리에서 보고 멋지다고 생각해 한 번 꼭 가봐야겠다고 생각했던 곳이었다. 이번 달에는 베트남 국내 여행을 다녀와야겠다고 생각하던 참에 흑발이가 베트남 여행 왔다가 하장으로 간다고 하길래, 금발이도 나도나도 하는 바람에 셋이 가게 되었다.
가기로 결정하고나서, 인터넷을 좀 찾아보니, 이 곳을 여행하는 최고의 방법은 오토바이다. 오토바이를 직접 렌트해서 다니거나, 오토바이 투어를 신청하는 방법도 있다. 나도 그렇고, 같이 여행간 친구들도 그렇고 투어는 적성에 맞지 않아 직접 렌트를 해서 가기로 했다. 나는 베트남에서 오토바이 운전 경력이 6년 정도 되어 1대는 내가 운전을 하기로 했고, 나머지 한 대가 문제였는데, 금발이는 차 운전 경력+감기몸살, 흑발이는 초등학교 때 오토바이 시험을 본 적이 있다고 한다. 폴란드는 초등학교 때 오토바이 운전을 가르친다고 한다. 한 마디로, 둘 다 오토바이 경험이 전무인 상황. 셋 중에서 계획 잘 짜는 사람이 없어서, 대충 버스표만 끊고 가서 생각하자라고 하고 일단 하장으로 가는 버스를 탔다.
하장으로 가는 버스는 하노이 미딩 버스 정류장에서 타는 방법도 있고, 구글에서 검색해서 온라인으로 예약을 해도 된다. 우리가 탄 버스는 리무진 버스로, 가격은 18 USD였고 환끼엠 지역의 Cho Gao 길에서 출발했다. 나는 개인적으로 슬리핑 버스보다 좋았던 이유가, 제작년 사파 여행을 슬리핑 버스를 타고 갔는데, 키가 182인 나는 조그만 수면통(?)도 불편하고, 무엇보다 버스 안에 조그만 바퀴벌레들이 수십마리나 돌아다녀 가는 동안 정말 식겁했었어서, 리무진 버스에 대 만족하면서 갔다. 버스는 10인승 정도 됐던 듯 하고, 시간은 6시간 정도 걸린다. 중간에 휴게소를 한 번 들렀는데, 베트남은 우리나라 휴게소 처럼 먹거리가 아직 많지가 않아, 그냥 화장실 가고, 담배 피는 정도가 전부다. 원래 휴게소는 우동을 먹어줘야 제 맛인데..흠흠
암튼, 오후 1시 반쯤에 도착해서, 감기에 걸린 금발이를 위해 쌀국수 집을 찾아 다녔는데, 여기 생각보다 문을 연 식당을 찾기도 쉽지 않다. 어찌어찌 문을 연 곳을 찾아 들어갔다. 쌀국수를 한그릇씩 시키고, 쌀국수가 맛이 없을 수도 있으니 My xao (볶음국수)도 시켰는데, 둘 다 내가 베트남에서 먹어본 쌀국수 집 중에 거의 최악 수준이었다. 뭐 어쩌랴 시골인데 감수해야지. 밥을 먹고 식당 맞은 편에 보이는 깔끔해 보이는 카페가 있길래 화장실도 해결할 겸 가 보니, Cha Go라는 하노이에도 있는 밀크티 프랜차이즈집이다. 이 시골에도 밀크티 프랜차이즈 집이 있다니. 아메리카노가 먹고 싶어 물어보니, 우유를 "파우더"를 쓴다고 한다. 맛은 역시 그냥그냥한 맛이다. 하장에서는 대단한 맛집은 기대하기 어려울 듯 하다.
오토바이 렌탈하는 곳을 찾아 가니, 벌써 오후 3시.
하장의 코스는 보통 하장에서 시작해 동반을 목적지로 삼아 원형으로 다녀오면서 중간 중간 거점 마을에서 커피,식사,기름 충전 등을 하는 식이다.
하장(Ha Giang)-꽌바(Quan Ba)-인민(Yen Minh)-동반(Dong Van)-마피랭(Ma Pi Leng)
이 루트로 대략적으로 코스를 잡았는데, 늦었기에 첫 번째 목적지인 꽌바까지만 가려했는데, 오토바이 렌트 직원이 5시면 산이 벌써 어두워지기 때문에 추천하지 않는다고 한다. 나 혼자였으면 갔겠지만, 나머지 두 명은 오토바이 운전 경험도 없기에 산 길을 어두운 리스크까지 감수하면서 가는 것은 아무래도 너무 무리였다. 차라리, 남은 시간 동안, 흑발이에게 운전 연습을 시키는 것이 낫겠다 싶어, 두 대를 빌려, 한대는 내가 운전 금발이 뒷자석, 나머지 한대는 흑발이 운전을 하게 하고, 운전 연습을 시키기로 했다. 나는 평소 땡기기만 하면 가는 스쿠터를 운전해서 스쿠터를 빌리려고 했는데, 금발이가 산길이 울퉁불퉁할 수 있으니, 울툴불퉁한 길에도 좋고 힘도 더 좋은 수동으로 빌리자고 한다. 속으로는 자신이 없었는데, 경험 많다고 큰 소리 쳐 놓고 못한다고 하기에도 창피하기도 하고, 금발이 말이 일리도 있어서 연습삼아 조금 해 보니, 할 만하다. 결론은 수동으로 2대로 결정.
흑발이 트레이닝을 하는데, 시속 20km까지는 따라오는데 30km만 되도 흑발이가 쫓아오지 못해 기다리게 된다. 하..무사히 여행할 수 있을까 걱정이 된다. 미친 짓은 아닐까. 운전 경험도 없는 애들을 챙겨가면서 산길을 1박2일을 오토바이로 간다니. 그래도 여기까지 와서 안 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 일단 숙소를 대충 잡고 나서 저녁을 먹으로 나서는데, 이스라엘 여자애와 말을 트게 되었는데, 이 친구가 잔뜩 겁을 준다. 자기는 남편과 둘이서 투어를 이용해 뒷자석에 타는 것으로 다녀왔는데, 하필 비가 와서 정말 한 치 앞도 잘 안보이고 길도 너무 가파라서 생각 잘 해보란다.
하...이 여행 잘 할 수 있을까? 걱정 반 설렘 반으로 잠자리에 든다.
마지막은 하장에서 가장 나아보이는 곳에서 먹은 핫팟.
P.S. 숙소는 어떻게 했냐고?
트윈 베드 방에서 금발이 흑발이와 한 방에서 잤다. 물론 아무일도 없었지만 그래도 므흣하더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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